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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담(無愁閑談)

아들과 함께 '인터스텔라' 관람, 바짓바람 후기

뒤늦게 트렌드에 합류한 것인지, 부질없이 치마 바람 아니 바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인지...
아무튼 11살 막내 아들과 함께 영화 '인터스텔라'를 봤습니다. 원래는 두 딸도 함께 보기로 하고 티케팅까지 완료했는데 워낙 바쁘신 몸들인 데다 극장에 가기 직전 갑자기 생긴 고집까지 더해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관람 후 여느 부자처럼 극장 인근 카페라도 들어가 짧은 밑천으로 설명을 해야 하나 은근 걱정했는데 극장을 나오자마자 아들놈이 "재미는 있고 볼만은 했는데 앞뒤, 특히 뒷 부분은 통 이해가 안 돼"라고 먼저 말합니다.
3차원과 5차원, 블랙홀과 웜홀, 중력과 환경, 양자역학 등 영화에 나오는 개념을 대충 설명은 했지만 잘 이해를 못하는 눈치입니다.



하긴 저도 휴대폰을 뒤지며 영화 줄거리와 등장 개념을 복기해보는 판인데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는 오죽하겠습니까.
"공연히 이상한 영화를 보자고 했다"며 투정을 부리는 대신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준 아버지가 가깝게 느껴진 모양인지 "같이 자전거 타면서 놀자"고는 해주니 참 다행입니다.



먼 훗날 아이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한 뒤 오늘 일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기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있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가 쓴의 전문을 인터넷 서핑을 통해 찾아 붙여둡니다.


<어둠 속으로 순순히 걸어 들어가지 마시오>

어둠 속으로 순순히 가지 마시오
노인들은 어둠을 앞에 두고 불타야 하며 악을 써야 하니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항하여 분노하시오

비록 현명한 자들이 인생의 끝에서 어둠이 맞다는 걸 인정해도
그들의 언어로는 번개 하나 갈라지게 하지 못하였으므로 그들은
어둠 속으로 순순히 가지 마시오

선한 사람이여, 마지막 물결에 서서, 얼마나 밝게 우는지
그대들의 허약한 행실이 푸른 해안에서 춤춰야만 했던 것을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항하여 분노하시오

거칠게 살아온 사람들이 빛을 노래하며 그들의 길을 추구하고
그리고 깨닫는다, 너무 늦게, 그들은 계속 비탄에 잠긴다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항하여 분노하시오

절망하는 자들이여, 죽음에 이르러,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눈먼 눈동자가 별똥별처럼 이글거리고 행복에 겨워 하는 걸 볼 수 있는 자들이여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항하여 분노하시오

그리고 당신, 나의 아버지여, 그 슬픈 높이에 있어
당신의 그 맹렬한 눈물로 저주하고 축복하기를, 나는 기도하니
어둠 속으로 순순히 걸어 들어가지 마시오